• 2025. 4. 15.

    by. 소설처럼

    심리학으로 읽는 동화 속 여성들의 내면, 그리고 드라마 비교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갈등과 복수,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가운데,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네르마 프라트의 작품)은 그 주제를 정확히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고전 동화인 '백설공주'를 재해석하며, 복수와 구속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냅니다. 단순한 범죄와 복수가 아닌, 각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복잡한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또한, 이 소설은 드라마와 비교할 때 어떤 점에서 다르고 어떤 점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백설공주였다. 하지만 그 백설공주는 살아남지 못했다."

    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 현대 여성의 트라우마, 심리적 억압, 그리고 생존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작품은 동화 속 ‘백설공주’라는 모티프를 가져와,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으며, 동시에 독자에게 깊은 심리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또한, 이 소설은 일본에서 드라마화되며 대중적인 관심도 끌었는데요. 책과 드라마의 차이점, 그리고 각각의 심리학적 메시지를 함께 비교하며 이 글을 정리해봅니다.


    📖 작품 요약: '죽음'을 둘러싼 여성들의 연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한 여성이 의문의 독살 사건으로 병원에서 사망하며 시작됩니다. 네르마 프라트의 심리 스릴러 소설로, 고전 동화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삼아 복수와 구속, 그리고 자기 발견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 여인이며,  평범한 간호사로 보였던 그녀는 사실, 과거에도 이름을 바꿔 살아왔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복수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주변 여성들 — 친구, 동료, 심지어 과거를 공유했던 이들 — 이 하나씩 등장하며, 복잡하게 얽힌 과거와 진실이 드러납니다.

     

    백설공주 이야기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풀어내며, 복수의 심리적 과정을 심도 깊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복수'와 '구속'의 두 가지 주제입니다. 백설공주와 같은 고전적인 이야기를 현대적인 심리적 배경에 맞춰 재구성한 이 책은, 등장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특이한 점은, 소설 속에 나오는 여성 인물 대부분이 ‘동화 속 백설공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싸우고, 때로는 파괴하는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읽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심리학적으로 읽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심리학적으로 읽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 책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현대 심리학적 이슈 — 특히 여성 심리와 트라우마, 정체성, 사회적 억압 — 을 잘 담아낸 문학작품입니다.

    1. 트라우마의 복합성 – 억압된 과거는 어디로 가는가?

    책 속 주인공들은 모두 과거에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 학대, 성폭력, 감정적 방임 등 다양한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현재의 행동과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작중 인물들은 스스로 그 상처를 억누르기도 하고, 외면하거나 도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결국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정체성을 회복해나간다는 점입니다.

    2. ‘백설공주’라는 환상과 현실의 간극

    책 제목이 암시하듯, ‘백설공주’는 순결하고 수동적인 여성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 이미지에 강한 반기를 듭니다.

    “백설공주는 살아남을 수 없다. 독을 먹고도 누군가가 구해줘야만 하는 여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선언은 여성의 주체성과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성역할 기대가 여성의 내면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고발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페미니즘 심리학(feminist psychology)**에서 제기하는 핵심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3.  정체성과 관계 –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사람들

    책 속 등장인물 중 많은 이들이 가명을 쓰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관계를 끊고 살아갑니다. 이는 우리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취하는 다양한 ‘가면’을 상징합니다. 융의 심리학에서는 이를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종종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가짜 자아를 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면 ‘진짜 나’와의 단절이 심화되고, 결국 공허함이나 분노로 나타납니다.

    이 작품은 그 가면을 벗는 순간의 고통과 해방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4.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심리학적 분석 

     1) 백설공주
    소설의 주인공인 백설공주는 복수심에 불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과 여왕의 질투로 인해 삶의 의미를 잃었고, 그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복수는 그녀의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고, 이는 그녀의 심리적인 균형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 심리학적 분석: 백설공주는 자기애적 성향(Narcissism)을 보입니다. 그녀는 외적인 모습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타인의 평가에 의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그녀의 심리적 고립을 초래하고, 결국 복수라는 목적을 삶의 전부로 삼게 만듭니다. 복수의 욕망은 그녀의 자존감을 강화하려는 무의식적인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2) 여왕
    여왕은 백설공주의 미모와 젊음에 대한 질투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녀는 권력과 미모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 냉혹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 심리학적 분석: 여왕은 자아 방어 기제(Defense Mechanism)의 한 형태인 억제(Repression)를 보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외면하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 억제된 감정은 결국 복수심으로 변하고, 그녀를 더욱 파멸로 몰아넣습니다. 여왕의 심리적인 갈등은 권력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드라마 vs 원작 소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은 원작에서 이성적이며 냉정한 신사 캐릭터이다, 드라마에서는 자신의 신부를 잃고 불안정하고 복수심으로 불타는 인물이다. 드라마와 소설은 기본적으로 같은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드라마는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등장인물의 감정선이나 사건 전개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반면, 소설은 더 깊은 심리적 분석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자세히 드러냅니다.

     

    드라마에서는 백설공주와 관련된 사건들이 주로 외적인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복수와 갈등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사건이 전개되며, 시청자는 시각적인 장면을 통해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 드라마에서 백설공주와 여왕의 관계는 단순한 '적대적 관계'로 그려지며, 감정선보다는 사건 중심의 전개가 강조됩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각 인물들의 내면에 더 집중합니다. 백설공주의 복수심, 여왕의 질투와 자존심, 그리고 두 인물 간의 얽힌 과거와 현재의 심리적 교차점이 소설 내내 심도 있게 다뤄집니다. 복수라는 주제가 단순히 사건을 끌어가는 요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중심으로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  드라마는 원작 소설과 달리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지만, 결말의 핵심은 유지되었다.


    💬 인상 깊은 문장들

    “상처를 받았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었다.”

    “도망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되려 했지만, 결국 도망친 건 내 마음뿐이었다.”

    “우리는 백설공주가 아니야. 독사과를 던져버릴 수 있는 여자야.”

    이러한 문장들은 단순히 소설의 대사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회피에서 직면으로’, ‘수동성에서 주체성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장면들이죠.


    🧾 복수와 구속 :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분석

    복수는 단순히 "보복"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복수는 복잡한 감정과 심리적 과정이 얽혀 있는 행동입니다. 복수를 통해 사람은 자기 정당화(Self-Justification)를 시도하고, 자기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수의 끝은 종종 자기 파괴적입니다. 복수를 추구하는 사람은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심리학적 과정자기 존중감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끝은 결국 내적 공허를 남깁니다. 이는 백설공주와 여왕 두 인물 모두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결과입니다.

    구속은 이러한 복수의 끝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복수를 끝내고 나면 사람은 자기 이해(Self-Understanding)와 용서의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구속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복수는 끝을 맺은 후, 구속을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함을 암시합니다.


    ✅ 복수의 끝, 구속의 시작 : 진짜 백설공주는 누구인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단순히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복수와 구속이라는 주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탐구한 작품입니다. 복수는 순간적인 만족을 주지만, 결국 그 끝에서 오는 것은 공허함과 내적 갈등입니다.

     

    드라마와 소설의 차이는 사건 전개와 감정 표현에서 다르게 나타나지만, 핵심적인 심리적 갈등은 동일하게 이어집니다. 복수와 구속, 그리고 그로 인한 인물들의 내적 변화는 독자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복수라는 감정의 복잡성과 그 끝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동화 속 백설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났지만, 이 소설의 여성들은 스스로 깨어나고, 걸어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기적입니다.